행맨, 글자 빈도 직관을 키우는 도구
2026-05-17 · 행맨
영어가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가르쳐준 퍼즐은 행맨이 유일합니다.
어떤 글자가 더 흔하다는 건 머리로는 늘 알고 있었습니다. 스크래블이 E, A, I, O, N, R, T, L, S, U에 1점만 주는 데는 이유가 있으니까요. 그런데 빈도표를 아는 것과 그게 감으로 붙어 있는 건 다릅니다. 빈칸 다섯 개를 보자마자 어느 글자부터 눌러야 할지 손이 아는 상태 말입니다.
행맨이 그 감을 만들어줬습니다. 몇 주 매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어떤 글자를 찍을지 생각하지 않게 됐습니다. 손이 그냥 E로 가고, 다음에 T나 A로, 그다음 I나 O로 갔습니다. 순서를 외운 게 아니라 반사가 된 겁니다.
이 감각은 행맨 밖에서도 쓰입니다. 읽는 속도가 붙고, 피곤할 때 철자가 덜 틀리고, 이 사이트의 타일 게임을 포함해 다른 단어 퍼즐이 전부 빨라집니다. 공통으로 쓰이는 건 어떤 글자가 정보를 많이 담는지에 대한 감입니다.
모든 추측은 정보를 사는 일이다
행맨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겁니다. 글자를 하나 찍는 건 "이 글자가 있나요"를 묻는 게 아니라 "어디에 있나요"까지 사는 일입니다. 5글자 단어에서 E를 맞히면 어느 자리가 E인지까지 드러납니다. 있고 없고만 확인하는 추측보다 훨씬 많은 걸 가져오는 거죠.
그래서 좋은 추측은 좋아하는 글자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가장 많이 걷어내는 글자입니다. 짧은 영어 단어에서는 E가 그 자리입니다.
이 게임이 쓰는 5글자 정답 884개를 세어 보면 E는 전체 글자의 12%이고, 462개 단어에 들어 있습니다. 절반을 조금 넘죠. E로 여는 건 거의 언제나 맞습니다.
E 다음부터는 순서가 일반 빈도표와 갈라집니다. 이미 무엇을 알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. E가 두 자리를 알려줬다면 단어 모양이 _E_E_ 이나 E___E 쯤으로 좁혀지고, 다음 추측은 그 모양에서 가장 그럴듯한 글자여야 합니다.
저는 이 자리에서 T와 N이 셀 거라고 짐작했는데, 세어 보니 아니었습니다. E가 든 단어 기준으로 R(185), A(175), T(127), S와 L(각 121) 순이고 N은 88로 한참 뒤입니다. 손이 가야 할 곳은 R과 A입니다.
틀린 단어가 데이터다
결정 트리를 통째로 드릴 생각은 없습니다. 행맨의 재미는 직접 하면서 쌓는 데 있으니까요. 대신 하나만 말하면, 행맨에서 틀린 단어가 가장 값진 데이터입니다. 내 감이 어느 글자를 잘못 매기고 있는지 알려주거든요. K나 W가 엉뚱한 자리에 있는 단어에서 자주 무너진다면, 감이 그 두 글자를 낮게 보고 있는 겁니다.
5글자에서 대부분이 놓치는 글자가 하나 있습니다. Y입니다. HAPPY, SHINY, FANCY, BOSSY, FUZZY처럼 Y로 끝나는 단어가 많은데 확인을 잊어버립니다. 네 자리가 채워지고 마지막 한 칸이 남았다면, R이나 D보다 Y를 먼저 눌러볼 만합니다.
빈도 다음은 제약이다
빈도로 찍는 게임 밑에 더 나은 게임이 하나 더 있습니다. 이미 아는 글자를 제약 조건으로 쓰는 겁니다.
5글자 단어에서 세 글자가 열리면 범위가 급격히 줄어듭니다. 이 게임의 정답 목록 기준으로 세 글자짜리 패턴의 73%는 가능한 단어가 정확히 하나뿐입니다. 그 지점부터는 추측이 아니라 읽어내는 겁니다.
_O_ED가 극단적인 예입니다. 사전 전체로는 수십 개가 걸리지만, 이 게임이 정답을 뽑는 목록 안에는 NOTED 하나뿐입니다.
저한테는 매일 하는 연습이 엉뚱한 데서 돌아왔습니다. 타자 속도, 피곤할 때의 철자, 심지어 어려운 글을 읽는 속도까지요. 행맨이 기르는 건 결국 일반적인 능력이고, 퍼즐은 그걸 연습하기 가장 쉬운 자리일 뿐입니다.
목숨 여섯 개면 충분합니다. 요즘 제 행맨은 대부분 한두 개 남기고 끝납니다. 목숨은 배워야 할 실수를 위한 여유분입니다. 쓰세요.